모범적 글로컬대로 체질개선 이루고
지역이 원하는 인재 양성으로 협력
'불교문화콘텐츠' 글로벌 대중화위해
APEC 기회로 교내 '선센터' 개방도
젊은 불자 양산 위해 장학금 지급
리더가 아상이 크면 조직 장래 어두워
늘 자문하고 성찰하며 역할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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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완하 WISE캠퍼스 총장은 모범적인 글로컬(Glocal·세계화와 지역화 합친 합성어) 대학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1990년 동국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부터 동국대 WISE캠퍼스 디자인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동안 동국미디어센터장, 도서관장, 평생교육원장, 기획처장, 문화예술디자인연구소장을 역임하는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작년 3월 1일 취임했으며 4년 임기 동안 WISE캠퍼스 총장직을 수행한다. 류 총장은 학교 발전을 위해 학문적인 자유 보장과 지역 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불교 인재 양성이야말로 큰 불사(佛事)라며 불자들의 후원을 당부했다. 다음은 류 총장과 나눈 대화다.
-총장 취임 후 1년이 지났다. 소회를 말씀해 달라.
"지난 1년은 새로운 방향성을 정립하고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학령 인구가 매해 줄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이 엄중한 상황에 부닥쳤다. 우리도 입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역 사회와 유대 협력 강화에 힘을 쓰고 있다. 예전에는 교육부가 주도해서 대학이 과제를 수행했다면 지금은 지자체가 주도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간호대·의대·한의대를 갖고 있고, 경주시는 의료 인프라가 없으니 우리는 의료인력을 양성해 지역 사회에 제공한다. 또한 경주시 상공회의소와 양해각서(MOU) 등 협력을 통해 대학이 지역 산업체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한다. 이를 통해 지역에 인재들이 정주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임기 내 비전이라고 한다면.
"교육혁신, 지역혁신, 글로벌혁신의 3대 혁신 전략을 통해 모범적인 글로컬 대학으로 변모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학의 학제를 글로컬문화융합대학 및 글로컬에너지대학으로 단과대학 개편을 시행했다. 우선 9개 단과대를 6개로 줄였다. 역사·문화·선명상 같은 융합할 수 있는 부분은 학과의 칸막이를 없애 통합했다.
경주에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가 있다. 우리 대학은 이곳에 일할 실무자를 양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글로컬에너지대학으로 개편한 것이다. 또한 불교 종립학교로서 전통은 살리면서도 학교의 생명력에 해당하는 학문의 자유로움은 유지하려고 한다."
-2023년 개원한 캠퍼스 내 선센터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2023년 3월 3일 세계적인 명상 수행자 아남 툽텐 린포체를 초청해 명상 특강을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동국대 교양필수과목인 '자아와명상' 수업, 선무도, 심리치료 등 건학 이념에 기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불교 및 참선문화 대중화를 위해 수불스님이 지도하는 7일 코스 간화선 집중 수행 프로그램도 지난 2월 20~26일 진행했다. 학교 선센터기 때문에 템플스테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한다. 오는 10월 말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제32차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서 외국인들이 선명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선센터를 활용하려고 기획 중이다."
-WISE캠퍼스 내 불교학과·불교문화콘텐츠학과·명상심리상담학과는 종립학교의 상징 학과다.
"이들 학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중화가 필요하다. 불교문화콘텐츠를 불교만의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물고기를 가두는 것과 같다. 글로벌 문화콘텐츠 안에 불교문화콘텐츠학과를 넣어두는 것이 활성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학문과 교류해야 불교문화콘텐츠의 경쟁력이 살아난다. 문화 쪽에서도 창업할 수 있도록 '창업 인큐베이터'를 만들어 올해 2학기 졸업생부터 적용하려고 한다. 또한 국제화를 위해 이 프로젝트에 외국인 학생도 참여하게 한다. 지자체와 협력은 필수다. 신라시대 무역 실크로드가 있었듯이 문화의 실크로드를 만들어 한류와 함께 불교문화콘텐츠를 수출하는 게 목표다."
-젊은 불자를 양산하기 위해 학교 차원의 다양한 지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
"우선 불자청년 장학금을 총 293명에게 11억2000만원 지급했다. 특히 불교학부(불교학·불교문화콘텐츠전공)로 입학한 전체 학생은 졸업까지 30~100%까지 장학금을 지원한다. 작년 9월에는 4개 불교동아리인 다르마·메타·부루나·바라너지 등을 창립했다. 지난 2월 기준 불교동아리 회원은 1182명이다. 이들은 2024년 경주 형산강 연등축제 제등행렬, 템플스테이, 사찰순례, 봉사활동 등 활동을 했으며 작년 11월 대학생 영캠프 수계대법회에도 참여했다. 전체 재적인원 8000명에서 1182명을 모았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동아리 지도법사 스님도 4명을 특임교수로 임용했다. 단과대별로 한 명씩 계신다. 젊은 사람이 불법에 귀의하게 하려면 일단 친숙함과 자유로움을 줘야 한다. 사찰의 신행 방식을 그대로를 적용하기보다 학교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동국대는 대표적인 불교 종립학교다. 불자에게 동국대 후원이 갖는 의미는.
"동국대의 발전이 곧 불교의 발전이다. 절을 짓는 불사도 중요하지만 불교 인재 양성이 진정으로 큰 불사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이 바른 인성과 지혜를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우리 캠퍼스를 후원해 주시는 대부분은 스님과 불자다. 그래서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스님들이 꼬깃꼬깃 소중하게 모은 돈을 인재 양성에 써달라고 주실 때면 짠한 마음과 큰 감동이 동시에 밀려온다."
-마지막으로 불자로서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면.
"화엄경에 나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드는 것'이란 이 말을 쉽게 하지만 실천하긴 어렵다. 저는 하심(下心)으로 실천하려고 한다. 목표는 포기하지 않지만 아상(我想)은 낮춘다. 내 담을 허물어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고 도와주게끔 하는 것이다. 저도 적지 않은 나이인데 총장 자리에서 임무를 수행해 보니까 철이 들더라. 한 개인은 금방 사라지지만 국가와 동국대는 지속된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객관성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지 자문하고 성찰해야 한다. 리더가 아상이 클 경우 잘못하면 그 조직의 장래가 어두워진다. 그만큼 총장은 중요하고 어려운 자리다. 후임 총장이 왔을 때 제가 한 일이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평가받아서 수정되는 일이 적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