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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낸 천은사 주지 동은스님 “사소한 것이 인생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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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4. 09. 18:32

'꽃비 오니 봄날이다' 출판 간담회 개최
남다른 출가 이력...삶에 대한 통찰 담아
"평소 알아차림 훈련해야 인식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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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간담회에서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삼척 천은사 주지 동은스님./사진=황의중 기자
"내게 가장 소중한 물건은 지리산 토굴에 앓아누워 있을 때 도반(함께 도를 닦는 벗)이 멀리서 찾아와 밥을 해주고 차를 끓여준 뒤 놓고 간 찻잔이다. 도반이 매화 꽃송이를 찻잔 속에 넣자 매화송이가 조금씩 벌어지더니 좁은 토굴 안에서 매화향이 가득 찼다. 사소한 것이 인생을 바꾼다."

삼척 천은사 주지 동은스님은 9일 조계사 인근 카페에서 열린 수필집 '꽃비 오니 봄날이다'(조계종출판사) 출판 간담회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수필집은 일상을 구성하는 평범한 것들의 소재로 삼았다. 일주문, 찻잔, 도반, 탑과 부도, 의자, 발, 나무, 노을, 볼펜, 꽃, 안경 등을 소재로 삼아 절에서 지내면서 흔하게 접하는 것이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다고 스님은 역설한다.

동은스님은 "우리가 일상에서 지나쳐가는 것이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보면 죽을 사(死), 장소 소(所), 죽는 곳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게 보면 스승 사(師), 장소 소(所), 스승이 있는 곳이 된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한 "네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고통과 아픔을 겪는 사람에게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되찾고 싶은 간절한 소망일 수 있다"며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우리가 편안하게 앉아서 이야기 나누고 또 살아가고 퇴근하고 하는 일상이 바로 기적이고 가피"라고 말했다.

동은스님은 남다른 출가 이력을 지녔다. 기독교인이었던 스님은 39년 전 혈액암 선고를 받고 방황하던 때 어느 암자에 들렀다가 '숫타니파타'의 구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보고 운명과 업이란 것이 뭔지 알고 죽자는 생각에 집에서 가장 먼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 가서 출가한다. 행자 시절 간절한 기도 덕이었을까 꿈속에 약왕보살이 나타난 동은스님은 오늘날까지 수행 정진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유지하게 됐다.

동은스님은 "길을 가다가 내 역량으로 부족하고 안 됐을 때는 내 역량에 맞는 다른 길을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길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집착하고 결국 거기서 문제가 생긴다"며 "제가 죽음의 끝에 서봤기 때문에 할 때는 최선을 다하지만 제 능력의 한계라고 판단하면 멈춘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행복하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선명상을 강조하듯이, 평소 알아차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본인의 한계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며 짧은 시간이라도 명상이나 기도를 할 것을 권했다.

한편, 강원도 삼척 천은사 주지인 동은스님은 1986년 오대산 월정사로 출가했다. 이후 해인사승가대학과 송광사 율원에서 공부했다. 해인사, 봉암사, 통도사, 불국사, 백련사 무문관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했고 월정사 교무국장과 단기출가학교 학교장 등을 지냈다. 강진 백련사 무문관 선방에서 틈틈이 쓴 '무문관일기'는 2011년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됐으며, 이후 절판됐다가 2018년 '그대 지금 간절한가'로 다시 출간됐다. 2021년에는 '눈먼 보리와 도둑고양이'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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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스님이 가장 아끼는 물건인 찻잔./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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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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