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제다에 어려움 있으나 자주 차담 갖고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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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코엑스마곡에서 10일 열린 '2025 K-Tea 국제차문화산업박람회'에서 만난 구층암 암주 덕제스님은 우리 차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며 이같이 밝혔다.
구층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내 암자로, 지리산 야생차를 제다해 발효차·덖음차·청차 등을 '죽로 야생차'란 상표로 팔고 있다. 암주 덕제스님은 조계종 원로의원 종열스님을 1995년 은사로 모시고 출가했다. 2005년 직접 차를 만든 이후 그의 인생 대부분은 지리산 야생차와 함께했다.
덕제스님은 이날 화엄사 구층암 부스를 찾은 젊은이에게 "'차는 쓰다'는 생각은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차도 생물이다. 자주 찻잎을 따면 차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쓴맛 나는 녹차는 많은 사람이 마실 수 있도록 여러 번 찻잎을 따는 재배차"라며 "20년간 차를 만들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알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덕제스님은 지리산 야생차를 초반에는 불교박람회 등에도 알렸으나 이번에는 국제차문화산업박람회의 문을 두드렸다. 불교문화 및 불교 상품에 초첨을 두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 불교박람회보다는 다인(茶人)이 모이는 장소가 우리 차를 알리기 좋다고 봐서다. 국제차문화산업박람회는 이달 10일~13일까지 코엑스마곡에서 열리고 하반기에는 11월 6일~ 11월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삼성동에서 열린다. 화엄사 구층암도 하반기 박람회에 부스를 열 계획이다.
최근 불교 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차에 대한 관심도 젊은 세대에 덩달아 늘고 있다. 탄산 음료나 커피보다 건강한 음료라는 것, 그리고 '팬시(Fancy)'한 느낌의 다양한 차 도구도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덕제스님은 "박람회에 와서 보니까 생각보다 젊은 친구들이 차에 대해 관심있다"며 "화엄사 야생차를 알릴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화엄사 구층암 야생차는 재배차가 아닌 산속의 뿌리 깊고 큰 나무에서 딴 차다. 다만 따기 좋게 작은 나무로 키운 재배차가 아닌 산비탈에서 자생적으로 자란 차다 보니 차를 따는 일이 쉽지가 않다. 덕제스님은 인근 구례군에 사는 이웃들과 함께 제다를 했으나 이제는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산속에서 일할 일꾼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다른 지역 차보다 구층암 야생차가 값이 비싼 이유이다.
덕제스님은 "올해는 이달 20일께 차를 수학할 예정"이라며 "예전에 함께 차를 따던 할머니들도 점차 돌아가셔서 어려움이 있다. 그나마 인스타·유튜브 등 SNS를 통해 워킹홀리데이(관광 취업) 목적으로 구층암을 찾는 서양인들이 많다. 특히 지리산에는 제 키 이상의 큰 차나무도 많아서 이 서양 친구들의 손을 많이 빌린다"고 말했다.
스님은 "최근 스님들에게 주어진 행정 업무가 많아지다 보니 사찰을 찾는 관람객과 차담(茶談)을 하는 스님이 귀해졌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저는 불교도가 아닌 사람이라도 구층암을 찾는 사람들과 차담을 하려고 한다. 그것이 불교 발전과 포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절을 찾는 사람들은 다들 쉬고 싶어서 오지 않는가. 구층암은 그런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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