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30년 연기 인생으로 얻은 노하우는요…”

디즈니+ '하이퍼나이프'서 사이코패스 의사 변신
"오랜 경험으로 촬영장 안팎 구분하는 방법 익혀"
차기작 '더 원더풀스'…"'우영우 2' 출연은 미확정"

디즈니플러스 '하이퍼나이프'를 성공리에 마친 박은빈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촬영장 안팎에서 에너지를 쓸 때와 쓰지 않을 때를 잘 구분하는 편"이라며 30년 연기 인생으로 다진 노련미를 과시했다./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보통 배우들은 작품이 끝나도 한동안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가 잦다. 사이코패스 범죄자 등 자신의 평소 모습과는 아주 달라, 연기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극중 인물일수록 특히 그렇다. 이 때문에 할리우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촬영 후유증을 호소하는 배우와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박은빈은 예외인 모양이다. 지난주 막 내린 디즈니플러스(+) '하이퍼나이프'에서 반 사회성 인격 장애를 지닌 천재 의사 '세옥'을 열연한 그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특유의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취재진과 만나 "어떤 분이 귀띔해주신대로 30년간 연기해오며 캐릭터와 실제 나의 안녕을 잘 구분하는 노하우가 매뉴얼화됐다. 별 영향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8부작인 '하이퍼나이프'는 '세옥'과 '세옥' 만큼이나 천재성을 지닌 선배 의사 '덕희'(설경구)의 살기등등한 애증을 그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무인도의 디바' 등 무해하고 사랑스러운 작품과 그 안의 주인공으로만 익숙했던 박은빈의 변신이 공개 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공개 후에는 메디컬 스릴러에 더해진 사제지간의 다소 괴이한 멜로로 화제를 낳았다.

"햇살 같은 캐릭터들을 연달아 연기하고 있을 무렵 건네받은 '하이퍼나이프' 대본 속 '의사인 주인공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기도 한다'는 소개글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기획하신 분들한테 왜 제게 출연을 제안했는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박은빈 씨가 연기해야 이야기가 더욱 신선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변신만 염두에 두고 작품을 고르는 건 아니지만, 접해보지 못한 줄거리과 연기해보지 않은 캐릭터가 너무 궁금해 출연을 결심했죠."

박은빈은 기존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디즈니플러스 '하이퍼나이프'에서 반 사회성 인격 장애를 지닌 천재 의사 '세옥'으로 변신했다./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번 작품이 남긴 성과는 이미지 확장 말고도 꽤 많다. 대선배 설경구와의 공연이 그 중 가장 근사한 선물이었다. 이들이 연기하는 두 캐릭터는 거울처럼 닮았기에 오히려 상대를 죽일 듯이 증오를 쏟아내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인정하고 심지어 사랑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복잡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합작하는 과정에서 설경구의 도움은 절대적이었고, 그래서 더욱 의지하려 애썼지만, 의외로 설경구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경구 선배님이 출연을 검토중이란 얘기를 듣고 속으로 '세상에!'를 외쳤어요. 영화로만 뵀을 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어 정말 설렜는데, 만나보니 역시 좋은 분이라 많이 기대려 했어요. 하지만 어깨를 완전히 내주시진 않아 '왜 그러셨을까' 궁금해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저를 후배가 아닌 동료로 동등하게 대해주신 거더라고요. 선배님이 외향적 성격으로 오해하실 정도로 질문을 많이 던진 끝에 많이 친해졌고, 그 결과 어디 가서 가장 친한 선배 연기자로 당신을 얘기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답니다. 하하."

새로운 시도에 늘 목말라하는 박은빈의 차기작은 코믹 액션물 '더 원더풀스'로, 현재 즐겁고 유쾌하게 촬영중이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우영우' 시즌 2의 출연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래는 모르는 거다. 시즌 1 이상의 확신이 있어야만 (시즌 2의 제작이) 진행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따로 연락받은 바 없다"고 신중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