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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납작복숭아 나온다”… 농진청, 디지털 육종으로 품종 개발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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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정영록 기자

승인 : 2025. 07. 09. 15:26

열매 모양 구분하는 '분자 표지' 개발
과실 착과 전 특정 개체 미리 선별 가능
육종 기간 단축… 인력 및 예산 등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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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이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 육종 기술을 활용한 복숭아 품종 개발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정영록 기자
농촌진흥청이 디지털 육종 기술을 본격 활용해 수요 맞춤형 복숭아 품종 개발에 나선다.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김 원장은 "복숭아는 다양한 품종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신품종) 개발을 위해서는 나무 1만여 그루를 심고 돌보는 인력·예산·시범재배면적 등 많은 자원이 투자돼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디지털 육종 기술을 적용하면 열매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어린 나무 단계에서 과일 특성을 미리 예측해 (필요한 개체를) 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디지털 육종 도입을 위해 지난 2021~2023년 자체 보존 중인 복숭아 유전자원 445점의 유전체를 해독하고, 94만4670개 유전 정보를 확보했다. 해당 정보에 과일 특성 평가를 반영, 복숭아 유전자원을 대표하는 '핵심 집단' 150점을 선발했다.

핵심 집단은 종·원산지·유전적 다양성 등을 고려해 대표성을 갖는 자원들로 규모를 축소한 것이다. 고품질 빅데이터를 생산하는 소재 역할을 한다.

디지털 육종에 필요한 것은 유전정보와 표현체정보다. 유전정보는 복숭아 DNA를 읽은 데이터고, 표현체정보는 모양·털 등 과일 특성을 조사한 데이터를 말한다.

해당 기술은 기존에 사람이 직접 길러보고 관찰하며 선발하는 전통 육종과 달리 빅데이터에 기반한 방식으로 '고효율'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연구진은 유전체 해독 과정에서 열매 모양을 구분하는 표지와 털 유무를 구분하는 표지 등 총 2개 분자 표지도 개발했다.

분자 표지는 DNA에 있는 염기서열 중 다른 생물과 차이가 있는 부분(변이)으로 식물의 유전적 특징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표식이다. 육종에 활용할 경우 어린나무일 때 잎에서 유전형 정보를 분석해 모양이 동그랄지 납작할지, 털이 있을지 없을지 일찌감치 판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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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복숭아 품종 현황. /정영록 기자
농진청은 디지털 육종 기술을 고도화하고 분자 표지를 활용해 품종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통상 복숭아 품종이 개발돼 농가에 보급되기까지는 평균 15년에서 20년 가까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국내 기후에 맞는 '납작복숭아' 품종을 개발한다고 가정하면 기존에는 나무 1000그루를 심고 3~4년 뒤 열매가 열리고 나서야 납작한 개체를 선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분자 표지를 적용하면 납작복숭아가 나올 나무를 미리 골라 500그루만 심으면 되는 셈이다. 즉 육종에 필요한 부대비용과 노동력 투입 시간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디지털 육종 시스템을 (품종 개발에) 본격 도입하는 중간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고도화를 통해 기후변화와 병해충에 대응하고 육종 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농진청은 유럽에서 즐겨 먹는 납작복숭아를 국내에서 재배하기 위해 관련 품종 개발을 진행 중이다. 분자 표지를 적용해 개발기간을 단축, 향후 2년 안에 품종 출시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진청은 모양 판별 분자 표지의 경우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털 관련 표지는 출원을 준비 중이다. 향후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맛과 이상기후에 대비한 열매 익는 시기 관련 분자 표지도 개발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디지털 육종 기술은 우리나라 복숭아 품종 개발 체계를 효과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분자 표지 활용이 확대되면 개성 강한 품종이 늘어 시장 활성화는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의 선택 폭이 한층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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