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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정부의 연금개혁, 국민연금 목적·가치를 기본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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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7. 30. 18:44

은성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
은성진 사무국장
은성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
폭염으로 연일 저절로 얼굴이 찡그리게 되는 와중에, 한 중학생이 거리에서 농작물을 팔던 할머니에게 빨리 집에 가서 쉬시라며 쌈짓돈을 쥐어드렸다는 기사를 봤다. 간만에 가슴 속이 시원해지는 기사를 보며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세대 간 연대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을 느꼈다. 숱한 위기 속에서 모두 함께 연대하며 희망의 빛을 밝혀온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정작 세대 간 연대의 산물인 국민연금을 두고는 누군가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절망을 이야기하며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다. 특히 지난 봄 18년만에 이뤄진 연금개혁을 두고 청년 국회의원들과 대학생 단체 등은 기자회견을 열며 연금개혁이 청년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았다. 청년에게 불리하기만 한 연금개악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기성세대는 적게 내고 많이 받아가면서 청년과 미래세대는 많이 내고 적게 받아간다고 하고, 극단적으로는 기금이 고갈되면 못 받을텐데 보험료만 뜯기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런 불만은 고스란히 대선으로 이어졌고, 일부 후보들은 마치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것처럼 자동조정장치와 신·구연금 분리운영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실제로 내용을 뜯어보면 청년들을 위한 제도라고 보기엔 심각하게 우려스럽다. 자동조정장치는 도입될 경우 생애 총연금액이 15% 내외로 삭감되기 때문에 지금의 청년과 미래세대 또한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2020년 기준 66세 이상 노인빈곤율 40.4%, OECD 평균 14.2%)라는 굴레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신·구연금 분리는 막대한 제도전환비용 문제(KDI 추산 최소 609조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제대로 된 대책이 없어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고, 확정기여형은 운용책임을 개인에게 맡겨 공적연금을 한없이 사적연금에 가깝게 만드는 것으로 국민연금 폐지론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당장 지금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도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 자체가 자칫하면 제2의 국민연금 안티사태를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청년세대의 불신은 늘 있어왔고, 연금개혁 결과에 대한 불만도 제도의 당사자라면 당연히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공적연금을 열악하게 만드는 방안을 지지하게 만든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것 중 연금개혁 논의과정에서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본질과 연금개혁의 목적을 애써 외면하려 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연금급여 실시를 통한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 기여가 국민연금법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개혁에 앞서 국민연금 급여가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노후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충족하는 것인지 목표를 설정해야 함에도, 정부와 국회는 늘상 재정의 수지균형만 강조하며 재정에 맞춰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게 할 것인가에만 집중했다.

특히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더 심했던 것 같다. 기금 소진연도를 늦추기에만 급급하다보니 그것 자체가 개혁의 목적인 것처럼, 재정계산은 국민연금 사망선고처럼 변질되어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이 시급하다고 여기고, 공적연금을 통한 노인빈곤 문제 완화라는 본래 목적은 등한시됐다. 결국 국민들은 기금이 고갈되면 국민연금도 없어진다고 생각하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적연금을 정말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됐으며. 기금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연금액을 깎고 노후준비를 온전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여기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법에 목적이 명시되어 있고, 3차 연금개혁으로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보장도 법에 명시된 만큼, 이재명 정부와 국회는 국민연금이 어떻게 하면 국민의 적정 노후소득보장과 복지 증진에 기여할 것인지, 국가책임은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연금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제도가 본래의 목적에 맞게 기능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연금개혁을 둘러싼 논의기구를 전문가로만 구성할 것이 아니라 청년세대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포함시키고, 청년세대가 느끼는 불공평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앞으로의 연금개혁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노인빈곤 문제를 완화하고 세대 간 연대를 더 빛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를 기대한다.

※본란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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