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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관세 100%” 트럼프 으름장에… 속앓는 삼성·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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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5. 08. 07. 17:58

중국 생산제품 美 수출 타격 불가피
'최혜국 대우' 약속에도 관세 불안감
추가 대미투자 '압박성 발언' 무게추
업계 "통상환경 주시… 유연히 대응"
반도체에 100%의 초고율 관세를 물리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으름장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앞서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지만, 행여 현실화해 복잡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맞물릴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00% 관세는 엄청난 반발에 부딪히게 될 거라 당장은 압박성 발언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미국 빅테크들로부터 수주를 늘려 현지 추가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식의 조언이 쏟아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반도체와 칩에 대해 10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CNBC 인터뷰에서 다음 주 반도체 품목별 관세 발표를 예고한 지 하루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약속했거나, 이미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라면 관세는 없다"고 덧붙이며 현지 투자를 압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 초부터 25% 이상의 반도체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해왔고, 4월부터는 수입산 반도체에 대한 국가 안보 조사에 착수하며 관세 부과 움직임을 구체화했다.

초고율 관세 예고에 국내 반도체 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최근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로 불확실성이 커졌단 설명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작년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정부도 양국 간 긍정적 협상 결과를 앞세워 우려 수습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100% 관세라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령일 뿐 행정명령 등이 나와야 정확한 상황 파악이 가능하다"며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한 만큼 타국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 없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향한다. 양사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SK하이닉스), 2위(삼성전자) 기업이다. 올해 2분기 양사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각각 21조원 이상이다. 양사는 중국에서 대표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를 집중 생산한다. 중국 공장에서 완제품 형태로 조립돼 미국 등 소비국에 공급되는 구조다. 결국 우리나라가 최혜국 세율인 15%를 부과받더라도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들이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100% 관세가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미국 엔비디아에 고부가 제품인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어 큰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해 매출 비중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수익성 방어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기업들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압박성 발언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율 관세 적용 시 미국 빅테크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단 점에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100%라는 관세율이 현실화되면 자국 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품목별 관세는 예정된 수순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이미 대미 투자를 추진 중이어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양사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기조가 수시로 바뀐다는 점에서 통상환경을 예의주시하며 유연하게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시설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는 테슬라의 차세대 A16 칩과 애플 아이폰용 이미지센서를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상태다.

일각에선 국내 반도체 기업의 대미 추가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미국 내 생산을 늘릴수록 현지 빅테크에 대한 수주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추가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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