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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이시바와 ‘트럼프 족보’ 공유…‘앞마당 협력’으로 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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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이충재 기자

승인 : 2025. 08. 24. 10:21

도쿄 총리관저에서 한일정상회담 및 친교만찬
‘미래’에 방점 “가깝다보니 불필요한 갈등도”
“대북정책 긴밀히 공조…워킹홀리데이 확대”
이이 연합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115분 간 마주 앉아 외교안보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한일협력 강화를 역설했다. 이날 오후 4시 55분부터 6시 50분까지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진행된 정상회담 테이블에는 '과거사' 문제는 빠지고 '미래협력' 이슈가 메인 메뉴로 올랐다. 한국 대통령이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양자외교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택한 것이 처음이라는 점도 크게 주목받았다.

◇115분 회담, 美보다 日먼저 최초, 17년만에 공동문서 채택
특히 이 대통령은 "서로 좋은 면들을 존중하고, 불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보정하고, 필요한 것을 서로 얻을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이웃 국가 간에 가장 바람직한 관계"라며 "어려운 문제는 어려운 문제대로 해결하고,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것은 숙고해서 협력할 분야는 협력하는 것이 양국 정치인들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자"는 대일외교 원칙에 따라 일본과의 과거사와 미래의 협력 의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올린 정상회담 의제와 발언 대부분은 '미래'에 방점이 찍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같은 관계"라는 '앞마당 협력론'을 폈고, 이시바 총리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 발전은 양국 관계뿐 아니라 이 지역 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양자 방문 국가로 일본을 찾은 것은 제가 최초라고 하고, 한일정상회담 뒤 결과를 공동 문서로 발표하는 것도 17년 만에 처음"이라며 "우리가 한일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기존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해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실천하고 미래 지향적인 상생 협력의 길을 함께 열고자 하는 신념 위에 오늘 일본을 방문한 것"이라며 "셔틀 외교가 한일 외교의 새로운 모델로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먼저 만난 이시바에 "어느 때보다 협력 필요한 시기"
무엇보다 한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이뤄진 한일 정상 간 만남에서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벌인 경험이 있는 이시바 총리의 '원포인트 레슨'도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한일 간에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고, 협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정말로 많은 시기"라며 대미관계와 관세협상에 대한 일본의 경험을 공유하자고 제안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24일 현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한미 관계, 미일관계, 한미일 간의 협력 방향 등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했다"며 "양 정상의 소인수 대화에선 상당한 시간이 대미관계, 관세협상 등에 할애됐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양국 정상이 관세와 관련된 얘기들은 많이 있었는데 주로 일본 측에서 일본의 경험이랄까 일본이 그동안에 느꼈던 점들을 우리에게 도움말 형태로 얘기하는 방식이었다"며 "많은 참고가 됐다고 생각하고 일본 측에 감사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의 대미 관련 발언에 추가질문을 하며 적극적으로 소통을 했다고 위 실장이 전했다.

◇위성락 "日美 연계 방문해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 실현"
아울러 한일 정상은 공동 언론발표문에서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흔들림 없는 한일, 한미일 협력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한일관계 발전이 한미일 공조 강화로도 이어지는 선순환을 계속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문에는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회담에서 언급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알려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은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담고 있다. 이에 위 실장은 "당초 실무진 간에는 공동 문서를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했으나 대통령께서 '모처럼 셔틀외교를 재개하는 계기이기 때문에 이번에 공동문서를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지시했고, 이에 실무진이 일본 측과 다시 협의해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경제 의제도 논의됐다. 양국 정상은 수소·AI(인공지능)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저출산 문제를 비롯한 공통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현재 1회 한정인 워킹홀리데이 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 교류 확대로 경제 협력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1200만 교류시대를 맞아 한일 청년들이 서로 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넓히기 위해 워킹홀리데이 참여 횟수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대북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일, 한미일 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평화도 안정도 찾아오지 않는다. 이러한 격동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고 했다.

위 실장은 한일회담 결과의 총평에 대해 "이 대통령이 취임 후 2개월 만에 일본을 방문함으로써 셔틀외교의 조기 복원을 했다는 점"이라며 "일본과 미국을 연계 방문함으로써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를 실현했다"고 했다. 또 "양국 정상 간의 전략적 소통 강화와 범정부적인 정상 이하 각급 레벨에서도 많은 소통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정상 간의 개인적인 교분과 신뢰가 높아졌다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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