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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려아연 ‘미국 투자 딜’, 단순한 경영권 문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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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7. 00:00

비철금속 제련 분야의 세계 1위 기업 고려아연이 15일 이사회를 열고 총투자금 11조원 규모의 미국 제련소 건설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제련소 건설에는 이례적으로 미 정부 및 방위산업계도 지분 투자 등의 방식으로 참여한다. 미 제련소 건설은 한미 동맹을 축으로 전략 광물에 대한 '공급망 탈(脫) 중국화'라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현재 경영권 분쟁 중이란 점과 기술 유출, 국내 제련 물량 미국 흡수 등 민감한 문제가 적지 않다.

먼저 투자 구조부터 문제 소지를 안고 있다. 이번 딜은 미국 측 자금이 '회사 본체의 신주(지분)'로 유입되는 방식을 포함하고 있다. 현지에 프로젝트법인을 세워 그 법인에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통상적 방식을 벗어난다.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이번 미국 딜(협상)을 성사시킨 최윤범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은 이사회에서 미국 합작법인(JV)을 대상으로 신주 10.3%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최 회장과 대척점에 있는 영풍·MBK파트너스는 이사회 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응수했다. 미국 측을 의식해 "미 제련소 건설 사업에 반대하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부연 설명을 했지만, 미국의 '백기사' 역할에 대한 우려를 내심 담고 있다.

고려아연의 사실상 최대 주주가 미 정부인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 미 상무부·국방부 등 다수 기관이 JV 출자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JV 지분 9.99%만을 보유하게 된다.

기술 유출도 걱정해야 한다. 고려아연은 아연, 납, 은, 니켈 등 전략 광물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아연정광을 제련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안티모니, 인듐, 갈륨 등은 미사일과 전투기 제작 시 반드시 들어가는 첨단 소재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아연 주권'을 포기한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미국의 큰 승리"라고 반겼다. 향후 기술 유출에 대한 반응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 같아 더 우려스럽다.

미 제련소가 본격 가동하면 울산 등 지역의 기존 국내 제련 물량이 미국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일자리가 소멸하는 등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폐해가 현실화할 수 있다. 우수 인력 유출 가능성도 크다. 지역 경제와 산업 생태계에 중대한 손실 발생이 우려된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한국은 전기료가 비싸 수익성 떨어진다"고 말할 정도다.

고려아연의 이번 미국 투자 딜은 한국의 미래 전략 광물 산업의 향배(向拜)를 가르는 중요한 사안이다. 고려아연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경영권 분쟁의 유리한 지렛대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고려아연은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향후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답을 내놔야 한다. 정부도 이에 긴밀히 대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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