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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총리 “시드니 유대인 행사 총기 난사, IS 이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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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2. 17. 09:48

총격범 부자, 필리핀 방문 연관성 조사
"극단주의 대응 충분했나" 논란 확산
AUSTRALIA-CRIME/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서 열린 유대교 명절 행사 도중 발생한 총격 사건과 관련, 16일(현지시간)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유대인 명절 행사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 이슬람국가(IS) 이념에 영향받은 공격이라는 호주 정부의 판단이 나왔다. 수사당국은 범행에 가담한 부자가 사건 직전 필리핀 남부를 방문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번 공격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격은 치밀하고 계산된, 냉혹한 공격이었다"며 "IS 이념에 의해 동기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총격범들이 "조직(셀)에 소속돼 있었다는 증거는 현재까지 없다"며, 두 사람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총격범인 50살 남성과 그의 24살 아들은 사건 당일 범행 현장으로 이동하던 차량에서 직접 제작한 IS 깃발 2개와 사제 폭발물을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아버지를 사살했고, 아들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공격은 '하누카'(유대교 명절)를 기념하던 행사 도중 벌어졌다.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해 1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호주에서 지난 30년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가운데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사건 이후 호주 사회에서는 극단주의와 반유대주의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 충분했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 남부 텔랑가나주 경찰은 숨진 총격범 사지드 아크람이 인도 하이데라바드 출신으로, 1998년 일자리를 찾기 위해 호주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그는 호주에서 결혼해 두 자녀를 뒀으며, 아들 나비드와 딸은 모두 호주 시민권자다. 인도에 있는 가족들은 그가 거의 연락하지 않았고 범죄 전력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호주 당국은 부자가 지난달 약 한 달 동안 필리핀 남부를 방문한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필리핀 남부는 수십 년간 이슬람 무장단체와 정부군의 충돌이 이어져 온 지역으로, 일부 단체는 IS와 연계돼 있다. 필리핀 이민 당국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11월 1일 입국해 다바오를 목적지로 신고했으며, 28일 출국했다.

이번 사건은 1996년 대형 총기 참사 이후 도입된 호주의 엄격한 총기 규제 체제 아래에서도 발생했다. 사지드 아크람은 합법적으로 등록된 총기 6정을 보유한 면허 소지자였다. 이에 따라 호주 정치권에서는 총기 면허 심사 과정에서 범죄 정보와 정보기관 자료를 더 폭넓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희생자 가운데는 아내를 보호하다 숨진 홀로코스트 생존자 알렉스 클레이트먼을 비롯해, 시드니 유대인 공동체의 지도자였던 랍비 엘리 슐랑거, 프랑스 국적의 댄 엘카얌 등이 포함됐다. 최연소 희생자는 10살 소녀 마틸다였다.

사건 당시 총격범을 막으려다 목숨을 잃은 시민들의 행동도 큰 울림을 남겼다. 보리스 구르만(69)과 소피아 구르만 부부는 총격범이 차량에서 내리자 몸으로 맞서며 무기를 빼앗으려 했다. 이 장면은 차량 블랙박스 영상으로 확인됐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번 사건은 단독 범행으로 보이지만, IS 이념에 영향을 받은 개인 테러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IS는 한때 시리아와 이라크의 광범위한 지역을 장악했으나 2017년 이후 크게 약화했다. 그러나 잔존 세력은 분쟁 지역과 온라인 공간을 통해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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