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율 90%대 고착에 수익성까지 압박
“브랜드가 생존 좌우” 리뉴얼·프리미엄 전략 총동원
|
17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전체 정비사업 시장 규모는 70조~7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올해 정비사업 규모가 50조원 내외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공 능력 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이 약 47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수주 비중은 전체의 6~8% 수준에 그친 셈이다.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액이 27조87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시장은 70% 이상 성장했고, 내년에도 이보다 40% 이상 확대된 70조원 안팎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주가 대형사에 집중되는 독식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중견사 상당수는 오히려 '수주 가뭄'에 허덕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구조는 중견사 수익성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매출 대비 공사 원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일감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남는 것이 거의 없는 구조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3분기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의 평균 원가율은 약 91.4%로, 점진적인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견 건설사의 평균 원가율은 이보다 높은 90%대 초중반으로 추산된다. 일부 중견사는 고원가 현장 정리와 원가 관리 강화 효과로 원가율을 80%대 후반까지 낮춘 사례도 있지만, 자재·인건비 부담과 사업장별 수익성 편차로 인해 중견사 전반의 고원가 구조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 영향으로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건설사들의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업황 전반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견사들이 브랜드 강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주택사업은 건설사의 사업 구조 근간이자 여전히 최대 수익원이며, 브랜드 인지도는 민간·공공 프로젝트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견사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강화는 물론, 브랜드 리뉴얼과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거 브랜드 '스위첸'을 보유한 KCC건설은 브랜드 마케팅 강화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스위첸은 '2025 대한민국 광고 대상'에서 TV 단편 부문 대상과 온라인 롱필름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집에 가자' 캠페인은 '누구에게나 그리운 집이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집을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정체성과 안정을 회복하는 안식처로 표현하며 공감을 얻었다.
전남에 본사를 둔 문장건설은 주거 브랜드 '지엔하임'의 무대 확장을 위해 수도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중 경기 김포시 사우동 사우4구역 공동1 블록에 조성되는 '사우역 지엔하임' 분양을 앞두고 있다.
주거 브랜드 '센트레빌'을 보유한 동부건설 역시 프리미엄 전략에 적극적이다. 최근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아스테리움' 적용을 전면에 내세워 서울 서초구 '방배동 977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강남권 핵심 입지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해 정비사업 역량을 집약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울산 기반 중견사 신일은 신규 프리미엄 브랜드 '비아프'를 출시하며 재도약에 나섰다. 인천 영종국제도시 A19·A20 블록을 첫 적용지로 선정했으며, '영종국제도시 신일 비아프 크레스트' 분양을 앞두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 브랜드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 등 단지 상품 전반에서 각 브랜드만의 개성과 분위기를 반영한 차별화 전략으로 대형사와는 다른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