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천년 일본 궁정문화, 서울에서 만나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3.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7010009487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2. 17. 15:41

국립고궁박물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특별전 18일 개막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 39점 국내 첫 공개
일본 궁정 여성 복식<YONHAP NO-2576>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20주년·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천년을 흘러온 시간:일본의 궁정문화' 개막 언론간담회에서 '일본 궁정 여성 복식 '이 전시돼있다./ 연합
여러 겹의 화려한 비단옷을 걸치고 긴 뒷자락을 늘어뜨린 궁인들, 중국 성현 32명의 초상이 그려진 어좌 뒤 장지문, 신라와 백제의 음악이 녹아든 궁정 악기들. 천년을 이어온 일본 왕실의 화려한 일상이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진다.

국립고궁박물관은 18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 특별전을 개최한다. 박물관 개관 2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 39점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궁정 정전을 장식한 장지문의 그림을 그린 병풍<YONHAP NO-2573>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20주년·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특별전 '천년을 흘러온 시간:일본의 궁정문화' 개막 언론간담회에서 '궁정 정전을 장식한 장지문의 그림을 그린 병풍'이 전시돼있다./ 연합
ㅇ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 특별전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는 일본 궁정문화가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일본 궁정문화는 701년 중국 당나라의 정치 체제를 받아들인 후 나라 시대(710∼794)에 궁정문화의 기틀을 마련했고 헤이안 시대(794∼1185)에 전성기를 맞았다. 가마쿠라 막부 시대(1192∼1333) 무사들에게 권력이 넘어가며 한때 쇠락하기도 했지만 에도 시대(1603∼1868)에 들어 다시 복원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4. 일본 궁정에서 여성이 갖춰 입는 옷
일본 궁정에서 여성이 갖춰 입는 옷.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궁정 복식은 이번 전시의 백미다. 관료와 궁인들이 착용했던 정복은 상의와 하의를 수차례 겹쳐 입고 긴 뒷자락을 바닥에 끌었다. 겹겹이 쌓인 옷감의 색 조합으로 계절감과 품격을 표현했던 일본 궁정 복식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후비들의 거처인 히교사에서 사용하던 가구와 실내 장식품도 흥미롭다. 8세기에 완성된 전통 건축 양식에 맞춰 섬세하게 제작된 이 유물들은 궁중 여성들의 우아한 일상을 짐작케 한다. 1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히구라시'(저녁매미) 피리, 여성들이 사용했던 정교한 부채 등도 만날 수 있다. 전시장 한켠에 걸린 18세기 병풍도 눈길을 끈다. 일본 궁정 정전인 시신덴의 어좌 뒤편을 장식했던 장지문 그림을 옮겨 그린 것으로, 중국 성현들의 모습이 빼곡히 담겨 있다. 당나라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일본만의 미감으로 재해석한 궁정문화의 특징이 한눈에 드러난다.

국립고궁박물관 _천년을 흘러온 시간_ 특별전5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 특별전 전경. /국가유산청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궁정 음악 관련 유물이다. 일본의 전통 궁정 음악 가가쿠는 일본 고유의 음악에 당나라, 신라, 백제, 고구려의 음악이 더해져 8세기경 완성됐다. 놀랍게도 그 원형이 천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궁정 음악 연주에 사용됐던 악기들과 무용 부가쿠 관련 복식을 통해 한반도와 일본 궁정문화의 오랜 교류를 확인할 수 있다. 궁정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화첩, 춤추는 장면을 담은 그림들은 당시 의례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궁정문화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며 세계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기회"라고 이번 전시를 소개했다. 전시는 지난해 9월 두 박물관이 맺은 학술·문화 교류 협약의 첫 결실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앞으로도 도쿄국립박물관과 교류를 확대하며 세계 왕실문화 연구의 중심 기관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ㅇ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 특별전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