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나가사키 시민단체 “원폭박물관 전시서 ‘난징대학살’→‘난징사건’ 변경은 역사 왜곡”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m3.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7010009559

글자크기

닫기

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5. 12. 17. 16:17

도쿄외신기자클럽서 17일 문제 제기
clip20251217160236
'세계에 전하는 나가사키 원폭 전시를 요구하는 시민의 모임'의 미나미 데루히사(南照久·사진))씨는 "나가사키 원폭 박물관의 표현 변경은 일본의 어두운 역사를 은폐하고, 침략과 가해의 사실을 직시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특히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로 큰 피해를 입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일본 나가사키 시민단체가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의 전시 개편안과 관련해 일본의 전쟁 가해 책임을 희석하는 역사 서술 변경이 추진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세계에 전하는 나가사키 원폭 전시를 요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17일 도쿄 외신기자클럽(FCCJ)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가사키시가 검토 중인 원폭자료관 전시 개편안에서 '난징대학살(Nanjing Massacre)'이라는 표현이 '난징사건(Nanjing Incident)'으로 바뀌고, '침략(invasion)'이라는 용어가 '진출(advance)'로 대체된 점을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이 단체의 사무국원인 미나미 데루히사(南照久)씨는 "이 같은 표현 변경은 일본의 어두운 역사를 은폐하고, 침략과 가해의 사실을 직시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특히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로 큰 피해를 입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나미 사무국원은 이번 전시 개편 논의가 원폭 투하 80주년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금은 핵무기 폐기와 전쟁 없는 사회를 향한 국제적 호소를 더욱 확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역사적 사실을 완화하거나 모호하게 만드는 시도는 나가사키가 세계에 호소해온 평화 메시지의 설득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lip20251217160653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의 개념도..나가사키시가 검토 중인 원폭자료관 전시 개편안에서 '난징대학살(Nanjing Massacre)' 표현이 '난징사건(Nanjing Incident)'으로 바뀌고, '침략(invasion)'이라는 용어가 '진출(advance)'로 대체된 점이 지적되고있다. 형광펜으로 표시된 구역의 전시 기념물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단체는 특히 '난징사건'이라는 표현이 '다수의 민간인과 포로가 살해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고 하더라도, 사건의 잔혹성과 중대성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 전시에서는 '중국 침략'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개편안에서는 '해외 팽창'이나 '자위적 군사 행동'과 같은 표현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시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강제 동원 문제에 대한 설명이 축소될 가능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단체 측은 "왜 원폭 당시 나가사키에 많은 조선인과 중국인이 있었는지, 그들이 어떤 경위로 일본에 와서 혹독한 노동을 강요받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아시아투데이는, 일본이 전쟁 가해 책임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을 경우 나가사키가 핵무기 폐기와 평화를 호소해온 도덕적 권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역사적 상처와 핵 위협이 여전히 현실인 한반도와 같은 지역의 사람들에게 이번 전시 서술 변경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측은, 나가사키의 평화 메시지는 피해의 기억과 더불어 가해의 역사에 대한 성찰 위에 서야만 국제사회의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나가사키 원폭자료관은 전쟁의 참혹함과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전하는 '이정표(guidepost)'와 같은 존재"라며 "전쟁과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세계에 전하기 위해서라도, 1996년 재개관 이후 유지해온 역사 인식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