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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탈모는 생존 문제’…건보 적용 논란과 불편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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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5. 12. 17. 17:59

이세미1-4 (2)
이세미 기획취재부 기자
"탈모는 생존의 문제." 지난 16일 진행된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언급한 이 발언은 현재 각종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탈모 관련 테마주도 들썩이고 있고요.

탈모는 단순한 미용 문제일까요, 아니면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질환일까요.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논의가 고개를 들면서,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 속에 무엇을 먼저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편한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A씨는 대통령 발언에 "대찬성"이라고 했습니다. "30대 초반인데도 탈모 때문에 외모가 변하고, 연애는커녕 성격까지 위축된 친구를 보면 탈모를 미용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탈모가 단순히 외모 변화를 넘어 연애와 결혼, 사회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습니다.

탈모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0년 23만명에서 지난해 24만명으로 늘었고, 이 중 20~30대가 37.6%를 차지할 만큼 '젊은 탈모'도 적지 않습니다. 국내 탈모 인구는 약 1000만명으로 추산되며, 탈모 치료제 시장은 연간 최대 2조원 규모입니다.

문제는 재정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 재정이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누적 준비금은 2030년이면 소진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최근 추계에서는 적자 전환 시점이 올해로, 준비금 고갈 시점도 2028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보험료 수지 적자만 11조원을 넘었습니다.

의료계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탈모가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탈모 치료제 급여화에 건보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중증 질환 급여화를 우선하는 게 원칙에 맞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 역시 재정 부담을 인정했습니다.

탈모약 건보 적용 논의가 불편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반대로 재정 현실을 외면한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이 논쟁이 탈모 하나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이는 건강보험이 무엇을 먼저 책임져야 하느냐로 귀결됩니다.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 사이에서 사회는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인지, 그리고 그 기준을 누가 설명할 것인지 방향성과 우선순위를 올바르게 재정립해야 될 때란 의미입니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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