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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칼럼] 2026년, 세계 경제위기는 피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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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8. 18:02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
2025년은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전후 국제 경제질서와 국제 안보구도가 한꺼번에 붕괴되는 격동의 한 해였다. 특히 지난 4월, 트럼프가 상호관세 등 전대미문의 일방적 보호무역정책을 도입할 때는, 전 세계 경제가 무역전쟁과 세계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그러나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주요국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상호관세에 대한 보복조치들를 자제하면서, 우려했던 전 세계적인 무역전쟁도, 또 경기침체도 모두 피해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우려했던 세계경제의 파국은 면했으나, 정작 위기요인들은 점차 커진 가운데 새해를 맞이하는 만큼, 2026년에는 세계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위기요인은 트럼프가 시작한 무역전쟁의 영향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트럼프의 상호관세에 대하여 보복조치를 단행했던 나라는 중국에 그쳐서 외관상 무역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과잉생산체제가 세계 전역에서의 무역불균형을 확대하면서 EU와 동남아, 중남미 국가들이 수입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등 보호무역정책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런 보호무역정책의 확산은 팬데믹 이후 커진 세계 공급망의 왜곡을 심화하면서 세계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더해서 팬데믹 기간 중 폭증했었던 미국 등 주요국의 재정적자는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각국의 포퓰리즘 정책에 의해 지속가능한 수준을 넘어서서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중 미국이 가장 심각한 경우로서, 각종 부자 감세조치에 따른 세수부족과 함께 대규모 군사비 지출확대 및 선심성 현금지출 확대로 재정적자가 GDP의 7% 수준에 육박하고, 공공부채가 GDP의 100%를 넘어섰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되던 미국 재무부채권의 신뢰도가 급락하면서 미국 및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점차 누적되는 재정적자를 소화하기 위하여, 미국 재무부채권에 기반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유통 확대 조치들은 미국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협요인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그 결과, 2026년 중 AI 버블의 조정과정이 닥칠 경우, 스테이블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의 붕괴와 금융시장 전반의 동반위기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의 군사안보적 역할을 모두 거래의 대상으로 만든 트럼프의 접근은 전후의 안정적인 국제 정치질서를 붕괴시켰다. 그 결과, 전통적인 우방이나 혈맹 개념들은 사라지고, 미국은 자국의 필요에 따라 중국 및 러시아와 어떤 거래도 할 수 있음을 각인시키고 있다. 이러한 국제질서의 붕괴가 초래하는 국방비 지출 증가는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있겠지만, 세계경제 전반의 효율성 저하와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또 한 번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더 이상 과거의 G20과 같은 실질적인 국제 정책공조 체제가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그 위기의 파장이 더욱 커질 것이 우려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당면한 위기요인들에 비하면, 기후변화 위기는 속 편한 걱정처럼 들릴 정도이지만, 이상기후에 의한 공급망 교란과 경제적 재난 역시 못지않은 심각한 위협요인들이다.

이런 위기요인들은 피할 수 없는 필연적 위기들인가? 위에서 살펴본 위기요인들은 통제불능의 외생적 요인들에 의해 초래된 위기들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정책조정과 협력구조의 붕괴가 초래한 내생적 위기요인들이다. 즉 전 세계적 무역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보호주의 추이는 트럼프의 일방적인 WTO 무력화 정책을 세계주요국들이 수수방관한 결과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적자와 그에 따른 금융불안의 확대 역시, 안정적인 국제협력구조가 붕괴되면서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배타적 극우 포퓰리즘 확산의 결과다. 또한 이 극우 포퓰리즘은 국지적인 군사적 갈등과 지정학적 갈등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세계질서의 붕괴와 세계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해법은 WTO를 포함하여 지속가능한 국제협력 및 국제 정책조정 체계를 부활하는 것이다.

2026년의 미국은, 트럼프가 초래해 놓은 극단의 정치적, 경제적 분열상이 더욱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록 민주당이 내년 11월의 중간선거에서 하원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더라도, 여전히 트럼프의 일방적 보호무역정책과 거래주의적 국제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미국이 세계 협력질서의 복구를 주도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오히려 이런 미국 역할의 쇠락이 국제질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트럼프가 초래한 국제질서 붕괴의 충격에 모든 국가들이 노출된 지금이, 다자주의 국제질서 복구를 위한 최적의 시점이다. 정치·경제적 갈등구조를 넘어서 사회통합과 지속성장을 향한 회복탄력성을 보이는 국가들 간의 연대야말로 지속가능한 다자주의체제 복구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전 세계가 다자주의체제 복구를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다자주의체제 복원이라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세계사적인 소명과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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