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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없는데 받으라고?”…정부 ‘응급실 뺑뺑이’ 해법에 현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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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6. 02. 04. 13:04

중증환자 병원 직접 지정 시범사업 시행
“시스템만으론 부족, 인력·병상 확충 시급”
ChatGPT Image 2026년 2월 4일 오후 12_59_13
본 이미지는 AI 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본 이미지는 AI 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갑자기 숨이 안 쉬어져서 119를 불렀는데, 한밤중에 응급실 5곳을 돌고도 4시간 넘게 치료를 못 받았어요."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급성 심근경색 증세로 쓰러졌다.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향했지만, 병상과 의료진 부족으로 치료를 거부당한 곳만 4곳. 결국 김씨는 자정이 지나서야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았고, 그마저도 50km 떨어진 다른 지역에 있었다.

정부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해 중증응급환자 병원 지정 시범사업을 2월부터 시작했지만 의료현장은 싸늘하다. 수용 능력이 부족한 병원에도 환자 이송을 강제하는 방식에 의료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도는 출발했지만, 생명이 오가는 현장에선 혼란과 불신이 여전한 상황이다.

'응급실 뺑뺑이'는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뜻한다. 특히 중증환자일수록 골든타임 내 치료가 중요한데, 병상 부족과 의료진 수급난, 병원 간 정보 단절이 맞물리며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B씨 역시 지난주 고열과 복통으로 119에 실려 응급실로 향했지만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3개 병원을 돌다가 간신히 입원했다. B씨는 "응급실이라고 해서 다 받아주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무서웠다"며 "특히 중증이 아닌 환자에겐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이달부터 중증환자에 한해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전산망을 통해 수용 가능한 병원을 파악하고, 해당 병원으로 직접 환자를 지정·이송하는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수용이 어려울 경우에는 미리 지정된 '우선수용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도록 해 뺑뺑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소방청도 병원 전 단계 응급의료 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시민사회와 의료계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는 환자 상태에 따른 적정 병원 선정, 의료지도 강화, 수용 역량 확충, 정보 공유 체계 등이 핵심과제로 논의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전산으로 수용 가능하다고 표시돼 있어도 실제로는 전문의가 없거나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서류상 가능한 것과 실제 수용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병원에 중증환자를 떠넘기는 식인데, 병상도 사람도 부족한 상황에선 지속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환자는 '이동'이 아니라 '연결'이 중요하다"며 "구급대의 전문성 강화, 병원 간 실시간 정보 공유, 지역 응급의료 인프라 전반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지 않으면, 시스템만 바뀌어도 문제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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