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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트린 우 그린피스 동아시아 활동가 “AI 기업, 자신들이 소비하는 에너지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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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 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3. 05. 16:08

[AI데이터센터의 그림자]⑨
'엔비디아 책임론' 등 AI 산업 위험 강조한 카트린 우
미국 전기요금 인상 언급하며 경고
"2021년 대만 가뭄, 필수 자원 취약성 보여줘"
"美·中·EU, 데이터센터 자원 감독 엄격"
카트린 우 사진
카트린 우 그린피스 동아시아 공급망 프로젝트 책임자. /그린피스
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7대 빅테크 기업(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픈AI·아마존·오라클·xAI)은 백악관에서 만나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Rate payer protection pledges)'에 서명했다. 기업들이 새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를 지을 때마다 자체 전력공급 시설을 짓거나 임차 혹은 구매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정 연설에서 "기업들이 AI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지 8일 만이다.

이 같은 속전속결 합의의 배경에는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미국 내 여론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지난 1년간 미국 전체 평균 전기요금이 6%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하는 AI데이터센터의 증가가 일반 가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AI데이터센터의 자원 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부상하고 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지부에서 공급망 프로젝트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 카트린 우(Katrin Wu)는 AI 산업이 동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를 겨냥해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다른 지역, 특히 에너지 전환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고 기후 변화에 매우 취약한 동아시아에 전가하고 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카트린은 지난 4일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전세계적으로 급증하는 AI데이터센터로 인해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자원 경쟁'이 촉발되고 있다"며 "AI 기업들은 전력과 물 등 재생 자원을 단순히 소비재 완제품처럼 취급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쓰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시아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AI데이터센터가 동시에 운영되는 지역이다. 두 산업 모두 상당한 양의 전력과 물을 소비하는데.
"주민과 산업 사이 '자원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널리 나타나고 있다. 치솟는 전기 요금이나 AI 확산의 딜레마라는 당면 과제가 아직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동아시아의 AI 개발이 전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만 나아가고 있지는 않다. AI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단순히 소비재 완제품처럼 취급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사용하는 에너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AI firms must take accountability for the energy they consume). 만약 업계가 진정으로 '공익을 위한 AI(AI for Public Good)'에 헌신한다면, 소비자가 아닌 투자자의 사고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요 공급망 허브와 운영 지역 내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국가들의 사례도 궁금하다.
"2021년 최악의 대만 가뭄은 전략 산업과 필수 자원(물) 수요가 어떻게 충돌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당시 대만은 주요 반도체 허브에 물 사용 제한 조치를 시행해 첨단 산업이 물 부족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줬다. 명확한 자원 배분 원칙이 없다면, 필수 자원이 산업 우선순위에 밀려 국민의 신뢰가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식수와 공공 복지를 최우선으로 삼는 '필수 자원 우선(essential-first)' 원칙이 필요한 이유다. 중국 역시 AI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장으로 인해 과잉 투자와 낮은 활용률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활용률이 20~30% 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잉여 용량을 재분배하기 위한 국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수요와 전력망, 네트워크 환경이 일치하지 않는 '선제적 구축(build-first)'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AI데이터센터의 전력과 용수량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공개 의무가 없는데.
"AI데이터센터에 대한 국제적인 추세는 '규제'다. 유럽연합(EU)은 주요 에너지와 물 사용량 지표 공개를 의무화하고, 독일은 전력 사용 효율(PUE) 기준을 시행하며, 중국은 재생 에너지 발전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을 제한한다. AI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서는 단순 정보 공개를 넘어, 의무적으로 효율성 기준과 재생 에너지 조달 요건, 전력망과 수자원 영향 평가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전력 부족 시 명확한 발전량 제한 규정을 두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도 AI 데이터센터의 자원 사용 투명성에 대한 국제 표준을 도입해야 한다. 한국이 AI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려면 책임 있는 자원 관리에 앞장서야 한다."

-AI데이터 센터가 지역 주민들의 자원을 공유하는 만큼, 수익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동의한다. AI 산업의 규모는 엄청나다. 그러나 기록적인 수익이 실질적인 공공재 기여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5조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기업으로 주목받았을 때, 사회적 책임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바뀌었다. 더 이상 권력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기업들은 우리 사회에 진정한 공공재를 제공해야 한다. 사업장과 공급망의 주요 거점마다 재생에너지 시설을 건설하고 투자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양의 전력과 물을 소비한다. 전기요금 상승, 식수 부족 외 부정적 영향은 무엇인가.
"AI 인프라의 상당수는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공중 보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인 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 AI의 급속한 확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수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러한 위험을 간과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AI의 발전이 사람들의 장기적인 건강이나 환경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이뤄져선 안 된다."
최민준 기자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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