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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위기의 남자 푸틴이 새겼어야 할 교훈 ‘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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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23. 06. 27. 06:00

아시아투데이_주성식
주성식 국제부장
지천명을 훌쩍 넘은 나이 탓인가, 예전 같으면 전혀 관심을 두지 않거나 생각지도 않았던 일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시쳇말로 '안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고 핀잔을 받겠지만,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생각 날 때마다 노트에 끄적거리며 버킷리스크를 작성하거나(이거 100개 채우는 게 목표인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천자문 외우기에 도전하는 등 그동안 하지 않았던 낯선 일을 통해 느끼는 잔재미가 쏠쏠하기만 하다.

젊었을 때 바쁘고 어렵다는 핑계로 멀리했던 고전(古典)을 하나씩 독파해가고 있는 것도 근래 들어 시작한 '안하던 짓' 중 하나다. 물론 내용이 어렵고 지루해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교훈과 영감을 얻는 소소한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다. 이런 자질구레한 얘기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며칠 전 한 고전책에서 읽었던 '중용(中庸)'의 미덕을 최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러시아 상황을 보며 새삼스레 되새겼기 때문이다.

중용은 기원전 5세기 경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집필한 유교 사상 기본서 중 하나지만, 그 말 자체는 인간관계에 있어 내가 남에게 베푸는 말과 행동 등에 부족함이나 지나침이 있는지 살피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상대방을 향한 나의 말과 행동에서 부족하거나 지나치지 않도록 적절함을 지켜야 한다는 게 바로 중용의 핵심인 셈이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1999년말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정치 전면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후 임기 만료를 앞뒀던 2008년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자리를 맞바꾸는 꼼수로 헌법상의 3연임 제한 조항을 잠시 피한 다음 2012년 다시 대선에 출마해 대권을 잡아 현재에 이르는 등 23년여 동안 러시아를 철권통치해오고 있다.
특히 푸틴은 2020년 하원을 움직여 대통령 3연임 제한 조항을 무력화하는 개헌안을 발의토록 해 비판을 받았다. 차기 대선(2024년)에 더 이상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고자 기존 네 번의 임기를 모두 백지화하는 특별조항을 포함시켜 2036년까지 두 차례 더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올해 그의 나이가 70세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마련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종신집권을 꾀한 것 하나만으로도 푸틴은 이미 지나침을 경계하는 중용의 길에서 한참이나 벗어나는 행동을 했다. 게다가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강하고 위대한 러시아'란 슬로건 아래 제정 러시아 당시 절대권력을 갖췄던 전제군주 짜르의 부활을 꿈꾸며 러시아의 영토와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또다시 침략전쟁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오류를 저질렀다.

앞서 언급했던 중용의 미덕을 푸틴도 진작에 깨닫고 실천에 옮겼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벌어진 파행적이고 비극적인 모든 상황을 어떻게든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은 부질없는 생각일지 모른다. 슬프게도 지금 지구상에는 푸틴 외에도 쿠데타 등 온갖 꼼수를 통해 세상을 거스르려는 정치 지도자들이 너무나도 많은 게 현실이다.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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