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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폐관 1년 ①] 김민기의 부재, 그리고 창작 공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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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13. 21:40

공연예술계의 위기와 도전
[학전]2023년 지하철1호선 공연사진
학전의 대표작 '지하철 1호선' 공연 모습 / 사진제공 학전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2024년 3월 15일, 대학로 학전(學田) 소극장이 문을 닫았다. 1991년 설립 이후 30년 넘게 독립적 창작 공연의 중심이 되어 온 학전 소극장의 폐관 소식은 공연예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상업적이지 않지만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공연을 무대에 올리던 공간, 젊은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던 무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학전 소극장 폐관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부터 공연계 내부에서는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학전 소극장과 깊은 인연을 맺어온 배우들과 연극인들이 뜻을 모아 극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한 학전 소극장의 대표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학전 소극장의 운영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운영 문제와 공연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학전 소극장은 끝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한 연극인은 "마지막까지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탰지만, 결국 극장을 유지할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학전 소극장이 공연계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생각하면 더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전이 문을 닫고 불과 4개월이 지난 7월 21일, 학전의 설립자이자 대표였던 김민기(1951~2024)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역사적 이정표가 된 '지하철 1호선'을 탄생시킨 연출가이자 음악가였던 그. 학전을 설립하고 운영하며 공연예술이 설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그가 떠나면서, 학전 소극장이 남긴 자리는 더욱 공허해졌다.

연극계와 공연예술인들은 잇달아 깊은 애도를 표했다. 한 연극인은 "학전 소극장은 단순한 소극장이 아니라, 창작자들의 터전이었다. 이제는 한국 공연계에서 그 역할을 대신할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연극인은 "학전 소극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공연예술계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김민기 대표가 끝까지 지키려 했던 가치를 공연계가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학전]김민기 대표 (3)
학전의 설립자이자 대표였던 김민기(1951~2024) / 사진제공 학전
학전 소극장의 폐관과 김민기 대표의 부재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이제 공연예술계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창작 공연 생태계는 지금도 위기를 겪고 있다. 학전 소극장의 상실은 공연예술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김민기 대표가 지키려 했던 공연의 자유와 창작 공간의 의미는 어떻게 계승될 수 있을까?

1991년, 대학로 한복판에 문을 연 학전 소극장. 그러나 이 공간이 이후 30년 넘게 한국 공연예술계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학전 소극장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창작자들에게 실험과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터전이었으며, 독립적인 연극과 창작 뮤지컬이 꽃피는 공간이었다.

김민기 대표는 음악뿐만 아니라 연극과 뮤지컬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는 대형 상업 공연과는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 학전 소극장은 대중적인 흥행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관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소극장은 자유롭고 실험적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학전 소극장을 운영하며, 상업적 성공보다는 작품성과 창작자의 자유를 우선하는 무대를 만들어갔다. 그 철학은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에서 드러났으며, 대학로 창작극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학전 소극장은 신진 창작자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던 젊은 배우들과 창작자들은 학전 소극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학전 소극장에서 공연한 작품들은 수많은 배우와 연출가들을 배출했다. 이 무대에 섰던 배우들 중 상당수는 이후 TV와 영화에서도 활약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고, 그들은 학전을 자신의 연극적 뿌리로 기억했다.

30여 년 동안 학전 소극장은 단순한 소극장이 아니라, 창작과 실험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그 오랜 역사가 끝나면서, 공연계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공간을 잃게 되었다. 학전 소극장이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탄생한 수많은 창작자와 작품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학전 소극장이 남긴 정신과 가치를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이다. 공연예술계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지만, 독립적 창작 공간의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학전 소극장의 폐관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김민기 대표가 남긴 유산을 이어받아 새로운 창작의 터전이 마련될 수 있도록, 공연예술계가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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