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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폐관 1년 ②] 창작극의 설 자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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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14. 07:00

공연 시장의 변화와 독립 극장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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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 소극장이 2024년 폐관했다. / 사진제공 학전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2024년 3월 15일, 대학로 학전(學田) 소극장이 끝내 문을 닫았다.

30여 년 동안 실험적 창작극의 요람이자 젊은 예술가들의 무대였던 공간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많은 공연예술인과 관객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학전 소극장 폐관 소식은 공연계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공연 시장의 변화, 관객 감소, 극장 운영의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대학로 소극장 생태계는 이미 위기를 맞고 있었다.

학전 소극장이 문을 닫게 된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 공연 업계의 구조적 변화, 창작극 시장의 축소, 운영 현실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학전 소극장은 상업적 흥행보다 실험적인 창작 공연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지만, 대학로 공연 시장의 흐름이 변하면서 이러한 방식이 점점 한계에 부딪혔다.

소극장 중심의 공연 문화가 전성기를 누리던 1990~2000년대와 달리, 최근 공연계는 대형 뮤지컬과 상업 연극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규모가 큰 뮤지컬과 해외 라이선스 공연이 인기를 끌면서 창작극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독립 극장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었다. 소극장 공연을 찾는 관객층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수익 구조도 악화되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연계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상업적 공연들은 다시 활기를 찾았지만, 소극장 연극과 창작극 시장은 회복이 더뎠다. 그 결과 학전 소극장과 같은 독립적 창작 공간의 운영은 더욱 어려워졌다.

대학로는 과거부터 '연극의 메카'로 불려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대학로 소극장 시장이 위기에 처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대학로는 창작 연극과 실험적인 소극장 공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점차 대형 자본이 투입된 상업 뮤지컬과 스타 마케팅 중심의 공연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독립적 창작극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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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간 대학로를 지켜온 학전 소극장이 2024년 폐관했다. / 사진제공 학전
"학전 소극장 같은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공연예술계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대형 상업 극장만 남고, 독립적인 창작 공간이 줄어든다면 연극과 창작 뮤지컬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전 소극장의 폐관을 단순히 하나의 극장이 문을 닫는 사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창작 공연 생태계 전체의 문제로 바라봐야 합니다." 연극계 관계자는 학전 소극장 폐관이 대학로 공연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학전 소극장 폐관 소식이 전해지자, 공연예술인들은 "또 하나의 중요한 공간이 사라졌다"는 반응을 보이며 대학로 창작극의 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2024년 3월 15일, 학전 소극장은 결국 문을 닫았다. 창작극의 요람이었던 공간, 젊은 창작자들에게 열린 무대였던 공간이 사라지면서 공연예술계는 또 하나의 중요한 거점을 잃었다. 그리고 불과 4개월 후, 7월 21일, 학전의 설립자 김민기 대표가 별세하면서 공연계는 더욱 큰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학전 소극장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창작극과 독립 공연 공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소극장 연극과 창작 뮤지컬의 미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공연예술계가 이 거대한 변화와 상실 앞에서 어떤 길을 찾아갈지, 이제는 함께 답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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