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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년 부부의 절망과 상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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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18. 17:58

대학로 ‘무죽 페스티벌’ 두 번째 작품 ‘그 봄, 한낮의 우울’
박지호 연출 “연극이란 결국 관객과의 소통,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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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대학로 연극 축제 '무죽 페스티벌' 두 번째 작품, '그 봄, 한낮의 우울'이 무대에 오른다

제11회 '무죽 페스티벌'이 오는 3월 5일부터 5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극장 동국에서 개최된다. '무죽 페스티벌'은 '무대에서 죽을란다'의 줄임말로, 2015년 대학로에서 창작극 위주로 활동하는 다섯 개 극단이 모여 시작한 연극 축제다. 올해 11회를 맞이한 이 페스티벌은 총 6팀이 참여하며, 각 팀은 연륜 있는 40~50대 배우들로 50% 이상 구성되어 있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첫 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극단 신인류의 '먼데이 PM5'가 16일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두 번째 작품으로 극단 꿈의동지의 '그 봄, 한낮의 우울'이 19일부터 30일까지 공연된다. 김상진 작가가 집필하고 박지호 연출이 맡은 이 작품은, 한 중년 부부가 겪는 고통과 상실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담아낸다.

"당신 밥 차려주고 나 저기서 뛰어내릴 거야."

작품은 밤샘 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공무원 남편 현주와 그를 맞이하는 아내 꽃님의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대화 속에서 남편이 거실 창틀 밖 자물통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묻자, 아내는 차분하게 자신이 생을 마감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담담히 마지막을 정리하는 꽃님과 이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현주의 대립 속에서, 관객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깊은 절망과 보이지 않는 거대한 폭력 앞에 놓인 인간의 나약함을 마주하게 된다.

극단 꿈의동지의 연출가 박지호는 이번 작품에 대해 "단순히 한 개인의 절망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회적 참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극이란 결국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공간이다. 우리는 무대를 통해 잊지 말고, 기억하고, 지켜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박 연출가는 특히 이번 작품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폭력'을 조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실에서는 우리가 쉽게 지나쳐버리는 고통이 많다. 하지만 연극은 그 고통을 마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작품이 단순한 개인 서사가 아니라, 관객들이 함께 직시하고 고민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극단 꿈의동지는 현대인의 삶을 연극적 실험과 공동 작업을 통해 탐구하는 창작 단체로, 관객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는 극단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사실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 봄, 한낮의 우울'에는 배우 이종무와 임정은이 출연해 극을 이끌어간다.

한편, 이번 무죽 페스티벌은 극단 신인류의 '먼데이 PM5'(3월 5일3월 16일)을 시작으로, 극단 꿈의동지의 '그 봄, 한낮의 우울'(3월 19일~3월 30일), 창작스튜디오의 '사라진 자리에서'(4월 2일~4월 13일), 창작집단 곰의 '제나 잘콴다리여'(4월 16일~4월 27일), 극단 겨루X극단 구름의 '탓'(4월 30일~5월 11일), 창작집단 몽상공장의 '오랜 소년'(5월 14일5월 25일)까지 총 여섯 작품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올해의 무죽 페스티벌은 현실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11회 무죽페스티벌 포스터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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