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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민감국가 지정…장기화 되지 않게 해법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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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

승인 : 2025. 03. 20. 18:08

SCL지정에 인력교류·기술공유 제한 가능성
장기화시 韓 연구 위축될 수도
최 권한대행, 대외경제 간담회 주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 현안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제공=기획재정부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 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CL)'에 포함시킨 사실이 알려진 지도 수일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놀란 마음에 여러 우려를 내놓던 사람들도 서서히 안정을 찾으며 냉정하게 영향력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도 과학계 등의 우려를 잠재우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입니다.

20일 원자력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SCL 지정과 관련한 각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1차관은 지난 19일 "과기부는 에너지부와 대화를 통해 과학기술 협력에 문제가 없고 향후 협력 의지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한·미 협력에 문제가 없고, 에너지부의 향후 협력 의지도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 협력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음에도 곳곳에서 우려가 많아 과학기술계 불안이 높아지고 사기가 저하될까 걱정스럽다"고 오히려 과도한 우려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죠.

정부는 동시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미국으로 급파하며 조치 해제를 위한 노력에도 나섰습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부터 21일까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 상무부, 에너지부 장관 등 주요 인사를 만나 SCL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여러 분석들이 나오면서, SCL 지정에 대한 초기의 우려가 과도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정치권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우려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것이죠. 실제로 우리나라는 SCL의 3단계 중 중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에 포함됐고, 여기에는 미국과 가까운 이스라엘과 대만도 속해 있습니다. SCL이라고 해서 북한, 이란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SCL에 포함됐다고 해서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음달 SCL 효력이 발효되고 이것이 장기화되면 첨단기술 분야 한·미 협력이나 교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SCL 지정을 주도한 미국 에너지부가 원자력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인 만큼 원자력 분야 한·미 협력 및 교류 등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인공지능(AI), 원자력, 양자 기술 등 첨단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미 에너지부 산하 17개 국립연구소와의 교류에 불편이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 연구소는 한국의 주요 과학기술 협력 대상이기도 한데, SCL에 포함된 국가의 국적자의 경우 연구소에 방문하기 전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게 되죠. 또 연구 협력 과정에서 원자력 등 국가 안보와 관련한 기술 공유나 인력 교류, 공동 연구, 프로젝트 참여도 제한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양국 연구자들 간 연구·개발 협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원자력학회 소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SCL 지정으로 한·미 간 원자력 협력에 일부 지장이 있을 수 있겠다"며 "미국과 우리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하거나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는 것에 있어서 일부 제한을 하거나 엄격한 통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과거 한국이 우라늄 농축 실험을 했던 사실이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확인됐던 사건을 거론하며 "그 당시 미국이 우리나라에 첨단 연구 장비 등을 반입하는 것을 엄격하게 통제를 하면서 우리나라가 연구·개발에 애를 먹었던 일이 있는데, 통제가 이뤄질 경우 연구들이 위축되거나 진척이 늦어질 수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SCL 지정이 한국의 원전 수출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립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미 에너지부가 에너지 주관 부처이기 때문에 원전도 관할을 하는데, 여기서 SCL 지정을 했으니 불편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 에너지부에 신고하는 등 수출 통제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유 교수는 이 점을 짚으며 "우리나라 원전 수출에 사실상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 셈인데, SCL 지정을 이유로 여기서 태클이 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반면 문주현 교수는 "원전 수출까지는 큰 지장이 없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한국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와 미 국무부·에너지부가 지난 1월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을 언급하며 "수출과 관련해 협력을 약속했는데 이것 때문에 수출을 막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SCL 등급도 적대국 수준이 아닌 최하위 등급('기타 지정국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SCL의 구체적인 영향력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옵니다. 하지만 정치권이든, 업계든, 연구계든 분야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정부가 SCL 지정 조치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해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 교수는 "첨단 분야 연구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반드시 해결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 교수도 "SCL 지정과 관련한 미국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이를 빌미로 여러 시비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빨리 해결을 해야 한다는 시사점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1월 초 미국이 우리나라를 SCL에 포함시키고 두 달이 넘도록 사실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제는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치 해제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내보여줄 시점입니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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