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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붕괴된 가자… 갱단·상인들이 원조 식량 빼돌려 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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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7. 29. 15:35

밀가루 1㎏에 8만4000 원 등 턱없는 가격에 거래
유엔 "휴전 없이는 배급 문제 해결하기 어려워"
PALESTINIAN-ISRAEL-CONFLICT
2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소년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마와시 지역에서 포대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세 이후 가자지구의 치안이 무너진 틈을 타 갱단과 상인들이 원조 식량을 빼돌려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A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최근 가자지구에서 밀가루 1㎏ 가격은 60달러(약 8만4000 원), 렌틸콩 1㎏은 35달러(약 4만9000 원)까지 치솟았다. 21개월째 이어지는 전쟁으로 생계가 막막한 주민들에게는 턱없이 비싼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가자가 심각한 기아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한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지난 주말부터 추가 식량 반입을 허용했지만, 가격 안정 효과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시장에 유통되는 밀가루 포대에는 유엔 마크가 찍혀 있거나,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에서 무료로 배포된 표시가 붙어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가 전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유엔과 GHF 모두 수혜자 추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라파 인근 난민 텐트에서 가족과 지내는 모하메드 아부 타하는 "GHF 배급소에 가보면 항상 젊은 남성 갱단이 맨 앞줄에 있다"며 "이건 이제 하나의 거대한 장사"라고 말했다.

유엔은 최대 10만 명의 여성과 어린이가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고, 가자 보건부는 최근 3주간 기아로 인한 사망자가 수십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내부 치안이 확보돼야만 안전한 배급이 가능하다"며 휴전 없이는 사실상 배급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GHF 배급소에선 식량을 받으려는 주민들이 총격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식량을 얻으려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1000명이 넘는다.

올해 초 잠시 휴전이 이뤄졌을 당시에는 하루 600대의 원조 트럭이 들어오면서 배급이 원활히 이뤄지고 가격도 안정됐었다. 그러나 3월 휴전 종료와 함께 이스라엘이 모든 수입을 차단하고 대규모 공세에 나서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이스라엘군이 점령지를 확대하면서 하마스가 통제하던 경찰력도 사라지자, 지역은 갱단과 부족 세력이 장악했고 혼란은 더욱 커졌다. 이스라엘은 5월부터 하루 평균 70대의 원조 트럭만 들여보냈고, 이번 주말에서야 180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이 필요하다고 보는 500~600대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

유엔은 봉쇄를 풀고 충분한 식량을 공급해야만 약탈과 폭리를 막고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휴전과 함께 대규모 원조 확대, 이스라엘 인질 석방이 포함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에는 기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가자 현지에서는 여전히 혼돈 속에 식량을 구하려는 주민들의 절박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으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 5만9000명이 숨졌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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